카테고리 없음

비창 PATHÉTIQUE

리클래식 2026. 1. 9. 11:45
작년 12월 11일과 12일에 있었던 2025년 마지막 마스터즈 시리즈, 비창.
 
 
이번 공연은 특히 국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좀처럼 보기 힘든 월드클래스 조성진의 협연 무대이자 재작년 계촌클래식축제에서의 무대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는 김선욱 지휘자와 조성진 협연이라는 아주 드문 조합이라 작년 1월 중순 시즌 티켓오픈 시 1~2분 만에 매진되었던 시리즈 공연 중 가장 기대를 모았던 공연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 러닝타임 약30분에 달하는 이 곡에서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다이내믹, 셈여림, 건반사운드와 스케일, 밸런스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 없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던 거 같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아노라는 악기 특성상 볼륨 조절은 결국 타건과 페달로 조절해야 되는데 피아노(P)를 마치 활로 현악기 사운드를 조절하듯 관악기 연주자가 미세한 날숨으로 조절하듯 너무 섬세한 소리에 한번 놀라고 아주 빠르게 진행하는 건반 스케일(scale) 연주는 어느 한 음도 뭉개짐 없이 또랑또랑한 사운드로 매끄럽게 연주함에 더 놀랐다. 왜 사람들은 조성진 연주에 열광하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까지 공연을 찾아가는 그 이유를 새삼 느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작년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선정할 당시에는 김선욱 감독이 우스개소리로 남들은 12월에 베토벤 ‘합창’을 연주하지만, 경기필은 ‘비창’을 연주한다며 라인업을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어둡고 쓸쓸한 느낌의 1악장을 시작으로 빠르고 경쾌하지만 불안한 느낌의 2악장을 지나 비통함의 피날레 같은 3악장, 마침내 절절한 감정으로 잦아드는 4악장 마지막 부분의 마지막 음 그리고 지휘자의 손이 내려오기 전 긴 여운은 비창이라는 이 곡이 가진 감정의 이음새를 철저히 이어가려는 몰입이 곡의 느낌을 여실히 잘 살린 듯하다.
 
사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경기필 예술감독 임기를 마치는 김선욱 감독이 지난 2년 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리를 스치며 예술감독으로서 마지막 공연이라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3번째 커튼콜부터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관객들에게 최고의 연주와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본인과 그리고 단원들의 수고, 그리고 그들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움이 남은 듯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
 
지난 2년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도 지휘 경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을 맡아 본인도 단원들도 그리고 관객들도 인지할 만큼 연주력은 고도화되고 음악적 감동도 깊이를 더하게 된 것은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한국 클래식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를 응원하며 또한 지휘자로서 더 큰 별이 되기를 기원한다.
마스터즈 시리즈 V '비창'(무대리허설)

마스터즈 시리즈 V '비창'(조성진 무대리허설)
마스터즈 시리즈 V '비창'(김선욱 & 조성진 커튼콜)
마스터즈 시리즈 V '비창'(공연)